오늘 각자의 폰에 커플각서를 설치했다. 호기심 반 이용하고 싶은 욕심 반. 사실 커플각서의 기능에 섬찟한 느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게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누구랑 3분 이상 통화를 했는지, 어떤 문구가 들어간 문자를 누구에게 받았는지, 어느 구역에 들어와 있는지를 모두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을 갖춘 커플각서를 놓고 사생활 침해니 뭐니 말이 많지만, 어찌 되었든 상호 동의하에 설치했다면 이건 일단 일방적인 침해는 아닐 것이다. 또한 커플각서를 통해 의처증이나 의부증 환자 마냥 수시로 애인의 위치를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개발팀은 위치 확인을 일일 5회에서 3회 확인 가능으로 제한했고, 어느 위치에 들어와 있는지 알려주는 위치 알람 역시 세 곳에서 한 곳으로 축소했다.
깔고나서 좀 써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어플이 어딘지 불편하다면 왜 그러는지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를 가면서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지, 왜 '사랑'이나 '오빠' 같은 문구를 상대가 감시하는 것이 불편한지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악마의 앱처럼 느껴진다면 그 이유가 정말 무엇인지, 왜 난 떳떳하지 못한지? 상대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행동을 하거나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이 앱은 족쇄로 작용할 뿐이다. 물론 억울하거나 오해의 소지를 남겨 애인 사이에 불화를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상호간에 충분한 신뢰와 믿음이 있다면 내 위치나 핸드폰을 확인한단들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사랑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지 '사랑해'라는 주문을 외우는 데 있지 않다. 상호 간의 끊임없는 그리고 감춤없는 소통과 교감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내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고 산다면 그 사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불신과 의심 가득한 관계라면 굳이 이 앱을 탓할 필요도 없다.
현재까지 이 앱에 대한 둘의 반응은 '재밌다' '신기하다' 이다. 만일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면 그 땐 과감히 서로 삭제하자는 이야기를 했지만, 과연 그럴 일이 올지 모르겠다.